더불어민주당이 1일 내년 대선 경선 콘셉트를 '대통령 취준생'으로 잡고 각 후보들이 '국민 면접'을 보는 방식으로 설정한 가운데 '조국흑서' 필진 중 한명인 김경율 회계사와 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김해영 전 의원을 면접관으로 섭외했다.
민주당 대선경선기획단의 이소영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7월4일 예정된 국민 면접을 앞두고 면접관 패널 세 분을 확정했다"며 "민주당은 비판의 목소리도 겸허하게 청취하고 국민들의 질문을 날카롭게 전달할 수 있게 하는 취지에서 세 분의 면접관을 섭외했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선관위는 전날 3차 회의를 통해 이번 대선 경선 콘셉트를 대통령으로 취업하려는 취준생이 14일간 국민 면접을 보는 방식으로 잡은 바 있다.
이를 위해 TV 토론회를 네 차례 진행하고 기존 합동연설회를 변형한 국민 면접도 세 차례 진행키로 한 상태다.
국민 면접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프레스데이 행사로 열린 '처음 만나는 국민, 독한 기자들' 외에 다음달 4일 1대 3 면접, 7일 정책 언택쇼 등이 예정돼 있다.
이 가운데 민주당은 1대 3 면접에 나설 면접관으로 김 회계사와 김 전 의원, 뉴스레터 서비스 업체 뉴닉의 김소연 대표이사 등 3명을 확정했다.
참여연대 출신의 김 회계사는 진보 진영에 있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여권의 내로남불을 혹독하게 비판하며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린 인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 서민 단국대 교수, 강양구 TBS 과학 전문 기자 등과 함께 친조국 진영이 펴낸 '조국백서'를 정면으로 반박해 조국흑서로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펴냈다.
이 대변인은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로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지냈다"며 "진보 진영에서 활동하다 최근 여권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며 소위 '탈(脫)진보' 인사로 불리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 당시 당내 소신발언으로 유명했던 민주당 소장파인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중 한 명이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대선 캠프에 참여하며 정계에 입문했으며 이후 2016년 총선에서 부산 연제구에서 당선돼 민주당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조 전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소신 발언으로 여권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대변인은 "김 전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법무법인 우리마루의 대표 변호사"라며 "민주당 최고위원을 역임하는 동안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을 얻은 분"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여권의 행보에 쓴소리와 비판을 아끼지 않았던 이들을 국민 면접관으로 섭외하려는 것은 대선 경선 흥행을 이끌어내기 위한 강수로 풀이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대선 등판으로 국민의힘의 대권구도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유행 상황 속에서 치러야 하는 민주당 경선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중적 인지도가 높으면서 현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면접관으로 내세워 여론의 주목도를 끌어 올리고 대선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의 변화된 모습과 혁신 의지를 알리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조국흑서 필진 중 한 명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면접관 섭외도 검토했다. 하지만 이번 명단에 포함되지 않음에 따라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은 "일단 저희가 확정된 세 분을 말씀드렸으니까 그분들이 기본적으로 (국민 면접을)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며 "(면접관이) 추가될 가능성은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정되면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3명의 면접관 중 나머지 한 명인 김 대표에 대해서는 "1994년생인 20대 창업자로 MZ세대를 겨냥한 뉴스레터 서비스 뉴닉의 대표이사"라며 "뉴닉은 지식 정보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어려운 내용의 기사를 보다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콘셉트로 큰 호응을 얻어서 창업 2년 반 만에 구독자 30만명을 달성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대변인은 "이번 국민 면접 패널들은 국민면접관 200명이 제출한 질문과 각 캠프에서 취합한 질문을 토대로 국민과 후보자 캠프를 대신해 후보자들에게 질문하는 형태로 집중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국민 여러분이 궁금한 부분을 속시원하게 알려드릴 검증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