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와 유력 대권주자 간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국민의힘 경선버스는 출발 전부터 비상등이 켜졌다. '이준석 탄핵'을 놓고 당이 양분되면서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윤석열 전 총장의 기습 입당과 당 행사 불참으로 불거진 이 대표와의 갈등이 두 사람의 휴가를 거치면서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윤 전 총장 측의 '탄핵' 발언이 도화선이 돼 당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갈등은 신지호 윤석열캠프 정무실장이 재점화했다. 신 실장은 11일 경준위의 토론회 개최 통보와 관련해 "당 대표의 결정이라고 해도,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탄핵도 되고 그런 거 아니냐"라며 '이준석 탄핵'을 거론했다.
이에 이 대표는 12일 "대선을 앞두고 당 대표를 지속적으로 흔드는 캠프는 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알겠다"라며 "탄핵 이야기까지 드디어 꺼내는 것을 보니 계속된 보이콧 종용과 패싱 논란, 공격의 목적이 뭐였는지 명확해진다"라고 발끈했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아 토론회 참석이 부담스러운 윤 전 총장 측이 이 대표 흔들기로 대응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하시고자 하는 일들에 건승하라"며 비꼬았다.
논란이 확산하자 신 실장은 이날 오전 "민주공화국의 기본원리를 이야기 한 것으로,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게 아니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오후에도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제 발언에서 논란이 비롯됐다. 당과 당 대표께 부담을 드리게 된 점 사과드린다"며 거듭 몸을 낮췄다.
그러나 이 대표가 즉각 자신은 사과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번엔 진실 공방으로 번질 우려마저 제기된다.
이 대표는 "탄핵 발언에 대해 사과 전화를 받았냐는 문의가 많은데, 어느 누구에게도 연락은 없었다"라며 "지난번 입당 전에도 저한테 연락했다고 허위 사실을 언론에 유포하는 등 언론플레이를 많이 하니 매번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도 이해가 안 간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당도 두 쪽으로 갈라지는 모양새다.
당장 지도부와 윤 전 총장을 견제하던 대선 주자들은 윤 전 총장 쪽으로 화살을 돌렸다.
토론회 개최를 두고 윤 전 총장을 두둔하며 이 대표와 마찰을 빚던 김재원 최고위원 마저 "경선이 시작도 되기 전에 당에 망조가 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라면서 "잡음은 어쩔수 없는 것이지만 금도가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 잊혀진 탄핵을 거론하는 분들은 속히 캠프를 떠나야 한다"라면서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인사에 대한 '처분'을 요구했다.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도 "왜 이런 막막을 하는가. 이분들 눈에는 정권교체가 안 보이나, 아님 이미 권력을 잡았다고 아무나 뭉개면 된다고 생각하나"라고 일침을 놓았다.
또 "이준석 대표의 등에 올라타 정권교체의 길로 달려가도 시원찮은 판에 당 대표를 흔들고 무슨 망발인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도 했다.
임승호 대변인은 "토론하자 했더니 '탄핵하자'가 튀어나온다"라면서 "학업성취도 평가를 위해 시험지를 배부했더니 학생이 교사 해임을 요구하는 모양새"라고 일갈했다.
최재형 캠프의 전략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대출 의원은 "탄핵의 말의 무게를 진정 모르나. 개인의 일탈로 넘기기에는 명백한 해당행위"라고 규정하면서 "갈등을 키운 분들은 다 뒤로 물러나라"라고 몰아세웠다.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보수 우파 궤멸에 앞장 서다가 토사구팽돼 선회하신 분이 점령군인양 행세하며 철없는 정치인들을 앞세워 국민과 당원이 뽑은 대표를 흔드는게 참으로 가관"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1일1실언으로 당 지지율조차 까먹게 하는 걸 반성하셔야지 정치가 그리 쉽고 만만한 것으로 알았나"라면서 "여기는 황제처럼 군림하던 검찰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당 일각에선 이 대표 자중론도 제기됐다.
외부 후보들을 영입해온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과정의 주연은 당연히 후보들"이라며 "당 대표는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 선생님처럼 그저 조연으로 주연들이 빛나도록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태흠 의원도 이 대표를 향해 "대선 후보들의 군기반장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자신이 출연자인양 본인 존재감을 높이는데 혈안"이라고 비판했다.
곽상도 의원은 "이 대표가 유승민 후보를 대통령 만들려고 대표에 출마한 것으로 발언을 했다고 한다. 대선 후보는 당원과 민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대표가 좌지우지할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