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헌정사상 첫 '법관 탄핵' 위기에서 벗어났다. 탄핵심판은 공직 박탈에 그 이익이 있는데, 임 전 부장판사는 이미 퇴직했으므로 심판의 이익이 없다고 본 것이다.
28일 헌법재판소는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사건에서 재판관 5(각하)대 3(인용)대 1(절차종료)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다수의 재판관은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퇴직한 법관이므로 탄핵심판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탄핵심판이 고위공직자를 파면함으로써 그에게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해 헌법질서를 바로 세우는 데 그 목적과 이익이 있다고 정의했다. 그런데 임 전 부장판사는 지난 3월1일부터 법관에서 물러났으므로 박탈할 공직이나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탄핵심판을 규정한 헌법 65조 1항, 헌법재판소법 48조, 국회법 134조 2항 등은 심판의 대상을 전직이 아닌 '현직'으로 규정한다는 점도 언급됐다.
국회 측은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퇴직했더라도, 그의 임기 중 행위가 위헌·위법이라는 점을 헌재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근거로 든 것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례였다. 당시에도 헌재는 두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선고했을 뿐, 이들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는지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
또 임 전 부장판사가 향후 5년간 공직에 취임하지 못하도록 파면해야 한다는 견해도 수용되지 않았다. 헌재법 54조 2항으로 파면되면 5년간 공직 취임이 제한되는데, 헌재는 이미 퇴직해 공직에 없는 사람에게까지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석해선 안 된다고 했다.
국회 측은 헌재법 53조 2항을 이미 퇴직한 공직자의 탄핵심판도 이익이 있다고 해석했지만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해당 법 조항은 '헌재의 결정 전 심판 대상자가 파면됐을 때는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회 측은 '기각'이라는 단어에 주목, 심판의 이익이 없다는 '각하'와는 다르다며 퇴직한 임 전 부장판사도 심판할 이익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헌재는 파면과 임기만료로 인한 퇴직은 다르므로 해당 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