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이번 주 안에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과 인선을 마무리짓기로 하면서 선거전략 밑그림도 곧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선대위 조직 구성에 관한 복수의 안(案)을 보고받은 윤 후보의 사실상 결단만 남은 상태라는 관측도 나온다.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갈등 국면이 길어질수록 컨벤션 효과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윤 후보로서도 결단을 내릴 시점이라는 것이다.
윤 후보의 선대위는 일단 큰 틀에서는 계파와 상관 없이 인재를 중용하는 '원팀'과 중도 외연확장을 우선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지만, 선대위 구성을 놓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해관계에 따라 복잡해진다.
윤 후보 측에선 경선 과정에서 매머드급으로 차린 캠프를 본선에서도 계속 이어가길 원한다. 치열한 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캠프 사람들을 대선을 불과 넉달 앞두고 매몰차게 '구조조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윤 후보의 경선 승리에 캠프가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명분도 나름 있다.
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소규모 형태의 실무형 선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쪽이다. 선대위 조직이나 규모와 같은 외형을 중시하기 보다는 중도확장을 콘셉트로 한 내실있는 선거운동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이는 윤 후보의 캠프를 해체 수준으로 전면개편해야 한다는 주장과 맞닿아 있다.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그간 경선과정에서 여러번 윤 후보 캠프 구성의 비대성과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파리떼', '자리사냥꾼', '문고리 3인방'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 후보의 고심이 깊어지면서 당 주변에서는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다양한 안이 거론되고 있다.
일단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주축으로 한 '원톱' 체제는 가장 유력한 방안이다. 일각에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영입설이 흘러나오면서 총괄선대위원장을 투톱 체제로 두거나,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집중되는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김병준 전 위원장을 대안으로 쓰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윤 후보가 경선 전부터 김종인 전 위원장의 지속적인 코칭을 받았던 만큼 실제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의 한 측근도 통화에서 "윤석열 후보가 만찬회동에서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제안했을 수는 있지만 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바로 확답을 주진 않았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자리에 연연하거나 '장사'를 하는 분이 아니다"라며 선대위 활동을 통한 보상으로 내년 종로 보궐선거 공천 가능성도 일축했다.
총괄선대위원장을 김종인 전 위원장의 원톱 체제로 두는 쪽으로 주말 사이에 분위기가 확 기울면서 선대위의 실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도 두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실세나 다름없던 1인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두지 않는 대신 복수의 총괄본부장을 세우는 안이다.
경선 과정에서 윤 후보의 죽마고우인 권성동 의원이 캠프 종합지원본부장을 맡아 실질적으로 캠프를 장악하고 실무를 총괄 지휘했던 것과 달리, 대선 선대위에는 정책, 홍보, 조직, 직능, 총무 등과 같은 각 분야별로 총괄본부를 두고 수평적 관계로 운영하는 방식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는 조직을 완벽하게 장악하기 위해 밑에 '2인자'를 두지 않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인사 스타일과도 상통한다. 선대위 내에 실세로 통하게 될 총괄선대위원장을 별도로 둘 경우, 김 전 위원장과 선거전략이나 조직운영 등을 놓고 의견이 다를 경우 갈등설로 비쳐질 수도 있다. 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경유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총괄본부를 지휘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만약 윤 후보가 김종인 원톱체제로 선대위 구성의 가닥을 잡았다면 김 전 위원장이 원하는 전권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실현 가능한 안이라는 평가다. 반대로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세울 경우 '상왕(上王)' 논란이 불거질 것을 의식해 원톱체제에 거부감을 갖거나 김 전 위원장을 경계한다면 '총괄본부안'은 김 전 위원장에게 선대위를 갖다 바치는 것과 다름없어 비현실적인 안이라는 상반된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해 윤 후보측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 중에 하나"라며 확답을 주지 않았지만, 윤 후보가 현재 검토중인 안이라는 사실을 반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