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 중국고전 평론가
“연환(連環)은 많은 고리를 연이어 꿰어서 한 꾸러미로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연환계’는 일종의 권모술수를 운용하는 것이고, 상대방에게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키게 하거나, 또는 다방면으로 마찰을 일으키게 하는 계책이다.”
‘연환계’를 쓰는 데는 반드시 여인을 무기로 하는 것은 아니나, 여인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며 가장 쉽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람은 늘 약간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가지고 있어 대부분 부드럽게 타이르는 말을 듣고 욕질하면 듣지 않는다. 여인은 또한 부드러움 중의 으뜸이다. 그래서 삼국시대 때 사도 왕윤(王允)은 양딸인 초선(貂禪)을 시켜 여포를 유인하여 그로 하여금 동탁을 척살 시킨다.
아래서는 연환계를 이용한 군사작전은 어떠했는지 그 예를 살펴본다.
삼국시대, 촉한의 방통(龐統)이 거짓으로 조조에게 항복하여 오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양자강에 띄운 선단을 살펴본 뒤, 배의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배와 배를 쇠사슬로 고리처럼 엮어놓는 것이 좋겠다는 공작을 폈다.
뒤에 오나라에서 화공(火攻)으로 기습하니 하나로 얽힌 조조의 선단은 번지는 불길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것이 ‘연환계’다. 연환계를 쓰는 방법은 먼저 적끼리 서로 묶고 묶이도록 하여 행동이 둔화된 후에 공격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적끼리 묶이는 계책을 쓰고 두 번째는 적을 공격하는 것인데, 두 계책을 혼합하여 운용하면 아무리 강대한 적이라도 반드시 꺾을 수 있다.
송나라 때 금나라에 대항하여 많은 전과를 올린 장군 필재우(畢再遇)는 전쟁 중 적을 유인하기 위하여 갑자기 전진했다가 느닷없이 후퇴하기를 네댓 번씩 반복하였다.
종일 적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골탕을 먹이다가, 해가질 무렵 미리 준비한 향료를 섞은 볶은 콩을 땅바닥에 뿌린 뒤 싸우는 척하다가 후퇴했다. 적은 기세등등하게 추격하려 했으나, 말들은 벌써 굶주린 상태인지라 콩 냄새를 맡자 식욕이 동하여 땅바닥에 흩어진 콩을 핥아먹으니, 아무리 채찍질을 하여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이때 필재우는 대군을 이끌고 반격하여 대승을 거두었다. 이것은 굶주린 말과 콩을 묶어놓고 친 것이니 모두 연환계에 속한다고 하겠다.
1+1은 2가 아니라 3도 되고 4도 되는 것이 인간의 힘이다. 결집된 힘은 산술적인 계산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괴력이 발생한다. 군대는 물론 기업, 단체 등 모든 조직에서 단결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직 구성원 상호간에 떼려야 뗄 수 없는 끈끈한 정의와 동료 의식으로 결속되어 공동의 목표를 향해 일로매진할 때, 어떠한 간난과 신고도 극복할 수 있다. 적의 내부, 또는 적과 그 동맹군이 마치 하나의 ‘고리에 엮이듯 연결’하여 강력하게 결속하는 것은 분명히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남녀의 만남처럼 결혼만 했다고 해서 다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고통과 불행이 동반하여 아예 결혼하지 않은 것만 같지 못할 때도 있으니 말이다. 이 경우 2는커녕 0도 되지 못한다. 천재 시인 이상(李箱)은 부부를 2인3각에 비유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동운명체라는 말이지 실제로 그렇게 걷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부부유별이란 고금의 철칙. 각자의 직분이 달라 맡은 일이 다른 부부를 2인, 3각으로 만드는 것은 비정상이요,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군대의 배치도 마찬가지로 군사는 기동성을 최대의 생명으로 삼고 있는데, 조조는 그 자신이 중국 역사상 뛰어난 군사 이론가의 한 사람이면서 적벽대전에서 2인, 3각의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다.
그는 대륙의 병사들이 장기간 선상생활을 한 결과 배 멀미를 일으키고 병이 생긴다고 하여 방통의 연환계대로 모든 배를 든든한 쇠사슬로 엮어놓았다. 배가 흔들리지 않아 평상시 생활하기에는 좋았으나 일단 유사시에는 기동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도 황개(黃蓋)의 고육계(苦肉計)에 의한 속임수에 말려 오나라 병선을 밤중에 전선 깊숙이 끌어드린 결과 화공을 허용하였고, 불이 붙은 조조의 대선단은 노적에 불을 놓은 것과 같은 꼴이 되어버렸다.
조조의 실패는 군의 기동력 확보라는 상식을 저버린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놀랍게도 수군 선단의 2인, 3각 상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오나라 주유의 입장에서, 보면 비정상적이고 부자유스러운 것을 적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으로 착각하게 하여 스스로 자신의 몸을 묶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