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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개그
  • 호남매일
  • 등록 2022-07-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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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찜통더위다. 지인과 조우(遭遇) 하게 되었다. 계곡이 있는 곳에서 앉아서 실없는 대화를 하면서 무더위를 삭이게 되었다. K는 이때다 싶어 아재 개그를 시작한다. K의 아재 개그에 무더위를 한 번씩 날린다. 다만 K의 부인만이 불만인 얼굴로 노려본다.


K의 부인은 옛말에 “나이가 들수록 입을 다물고 지갑을 열어야 한다.” 면서 의미 없는 이야기로 에너지를 쓰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K는 아재개그는 멈추지 않고 주변을 사로잡는다. 아재개그란 ‘아저씨들이 하는 개그라는 뜻으로, 재미가 없는 농담을 이르는 말’ 이다.


K의 아재개그는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가 오랫동안 지속되자 무료했던 일상에서 친구와 했던 이야기가 웃음이 터지면서였다. 호프집에서 술을 한잔 들이키며 그는 심각하게 사장님을 부른다. “이 근처에 방앗간 사장님이 구속이 되었다네요.” 주인장도 느닷없는 이야기에 “아니 왜요.” 하며 심각하게 반문한다.” 그때 K는 침을 꿀꺽 삼키며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옆집 참 기름이 고소했대요.” 순간, 모든 사람들이 ”푸 하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K의 아재개그는 그때부터다. 답답하고 무료한 일상을 살던 50대 K는 의미 없는 이야기를 통해 남들이 웃어주는 것이 재미있다. 그 뒤로부터 K의 말꼬리를 무는 개그는 계속되었다.


K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무조건 언어에 꼬리를 이어서 새로운 단어 창출을 한다. 그의 스토리를 엮으며 책이 한권이다. 아재개그는 집에서도 이어진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다 웃어도 가족은 고개를 절래 흔든다. 그러나 K는 끝이 없다. 술이 한잔 들어가면 아재개그는 빛을 발한다. K는 요즘 살맛이 난다고 한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개그를 실컷 해서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허무해서 웃고, 웃겨서 웃고, 어쨌거나 웃을 수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것은 좋다.


방탄소년단의 진도 허무개그를 통해 유머 리더십을 전한다. 진은 아무런 느낌 없이 순순한 표정으로 아재개그를 던진다. 진은 “소가 노래를 하면 뭘까요.”라고 모두들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진은 “소송” 라고 말한다. 그러면 진은 자연스럽게 “소들이 떼로, 단체로 음-메 하면서 노래 부르면 뭘까요? OOOO네 글자입니다. 맞추어 보세요. 생각을 해 보셨나요. 정답은 단체소송입니다.” 진의 허무개그에는 해학적인 위트와 센스가 들어 있다.


진은 “왜 아재개그를 하는 거지?” 이경규의 물음에 “내 아재개그는 상대방을 웃게 해서 나를 웃게 하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한다. 진이 아재인 것인지? 진의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자세는 너무 멋지다. 그렇다. 아재개그는 아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며 해학과 위트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개그다. 그의 말처럼 자신이 웃겨서 상대방이 웃으면 같이 웃는다는 것은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이다.


최교상의 유머학교 블로그를 보면, 방탄 소년단의 아재개그에는 3가지 유머 리더십을 이야기한다. ‘첫째는 용기다. 누군가는 썰렁하다고 재미없다고 어이없다는 반항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웃겨서 내가 웃는다는 마음은 지극한 이타심에서 나오는 사랑의 마음이다. 세 번째는 여유다. 아재개그는 심리전이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어떠한 반응에도 기죽지 않겠다는 여유를 나누는 게임이다.’ 그렇다. K의 아재개그는 끝이 없다. 그래서 K의 아재개그를 응원해 주기로 한다. K에게 들은 아재개그를 소개한다.


아재개그의 특성은 개그를 듣고 웃지 않는 것이다. 수박이 한통에 오천원이며 두통은? 답은 게보린, 이 이야기를 듣고 웃지 않는다면 아재개그가 통한 것이다. 허무의 개그, 아재개그를 최교상은 “웃음이 메말라 가는 세상에서 삶의 여유와 해학을 보여주는 아재개그를 하는 아재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아재들, 그들을 응원한다. 그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찜통 같은 무더위가 계속되는 여름날이다. 어려운 시기를 살면서 해학과 웃음으로 한 세상을 견뎌야 하는 아재들, 혹 살다가 아재개그를 듣는다면 호탕하게 웃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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