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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정원
  • 호남매일
  • 등록 2022-08-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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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초록이 초록을 겹겹이 입은 여름날이다. 풀잎에 맺힌 이슬을 따라 걷는 여름 길은 치마를 걷어 올리고, 바지를 걷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에 매 달린 풀잎이슬 또르르 구르는 정원 산책을 하노라면 여름이 저만치 간다.


정원을 생각하면, 타샤의 정원이 생각난다. 타샤 할머니의 손을 거친 정원은 아름다운 숲으로 거듭난다. 타샤의 정원 책을 책상위에 놓고 오래도록 눈 호강을 했다. 타샤의 정원 책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꽃들을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타샤의 정원은 봄, 여름, 가을, 겨울까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제 우리나라의 민간정원이 개방이 되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여름의 정원은 어떤 꽃으로 우리를 안내할까?


그 많은 꽃 이름은 모르더라도 여름의 정원은 숲이 우거진 곳에서 생명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때마침 섬이정원이 생각나 길을 나선다. 섬이정원은 경상남도 민간정원 1호로 등록된 정원이다. 다락 논을 정원으로 조성해 계절마다 사람을 맞이한다.


비가 내린 날, 여름의 정원에서 제일 먼저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개구리다. 비 내리는 날을 좋아하는 개구리들이 연못가에서 퐁당, 풍덩 노닐고 있다.


사람의 발길이 자연의 일부로 느껴지는지 바로 옆에 서 있어도 여름비를 능청스럽게 맞고 있다.


섬이 정원에서 여름날에 가장 아름다운 곳은 연못이다. 연못에는 양귀비연, 아리연이 노랗게 피어 있다. 비가 오는 연못은 초록색 위에 샛노란 꽃이 무늬를 깔고 있다.


섬이정원에 꽃은 천일홍, 백일홍, 메리골드, 분홍나비바늘꽃이 피어 있다.


가을로 가는 길목에 갖가지의 허브는 꽃을 피워 정원은 하늘아래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다. 갖가지의 허브가 꽃이 피었다. 여기저기 자연스럽게 펼쳐진 자연의 색을 따라 길을 걷는다.


하늘연못이라는 푯말이 보인다. 길을 따라 나서니 그동안 블로그, 사이트에서 많이 본 장소이다.


이 연못을 볼 때마다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의 연못이 떠오른다. 날이 맑으면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데 비가 온 후 적당한 흐릿함으로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정원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곳곳에 벤치가 있어 담소를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비가 내린 정원은 우산을 쓰고 산책하기에 좋다.


같이 동반한 이에게 모기에 딱 좋은 온도여서인지 여기저기 물려 표정이 좋지 않다. 여름날의 정원은 온갖 생물이 춤을 추는 날이다.


여름의 정원에서 조롱조롱 피어 있는 허브 꽃을 보니 가을이 멀지 않았나보다. 정원의 숲길을 따라 가보면 목수국은 마지막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있다.


마지막 남은 나무들의 꽃도 이제는 끝자락에 머물러 있다.


섬이정원은 유럽식 정원이다. 길을 따라 나서면 모네의 정원이 보인다. 모네의 정원에 양귀비연꽃이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다.


비가 내리는 섬이정원 모네의 연못에서 오랫동안 서 있다. 섬이 정원에서는 놓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백일홍이다.


전라도 땅에서는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백일홍은 더 이상 신비롭지 않다. 여름철에 나무 꽃 백미는 백일홍이다. 추석이 멀지 않았나 백일홍도 끝자락이다.


버려진 땅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들어 휴식을 제공하는 섬이정원의 소소한 아름다움은 발길을 잡는다. 여름날의 정원은 초록이 덮여 있다. 그 위에 살짝 드러나는 꽃들의 자태를 보면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룬다. 유럽의 정원은 다양한 색으로 덮여 있다.


우리나라의 여름의 정원은 붉은 꽃의 향연이다. 백일홍, 붕숭아, 맨드라비 붉은빛들이 장독대를 빙 둘러 있다. 그 장독대에는 많은 사연들이 베여 있다.


봉숭아꽃을 따다가 물을 들였으며, 맨드라미 꽃잎으로 차를 만들어 먹었을 것이다. 여름날 비가 내린 후 맨드라미 잎으로 전을 부쳐 먹는다. 맨드라미 부침에 여름이 스며있다.


여름날의 정원 길을 걷는다. 빗방울이 매달린 꽃잎, 나뭇잎 사이 길을 걷는다. 폴짝 뒤는 개구리에게 인사하고 또르르 떨어지는 빗방울에 잠시 멈추어 본다. 여름정원은 초록위에 물감을 찍어 바르듯 여름을 가득 머금고 있다.


빗물 머금은 섬이 정원을 벗어난다. 싱싱한 초록이 하늘 아래 있다. 초록의 빛이 담긴 여름 풍경이 내 기억의 저장창고에 쌓인다.


비 내리는 섬이정원은 더운 열기를 식히며 가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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