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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금과 사과
  • 호남매일
  • 등록 2022-08-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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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그 무덥던 날도 처서가 지나가니 무더위도 낙화하는 꽃잎처럼 풀썩 주저앉았다. 더운 여름을 미워했던 마음을 접어두니 풀벌레 소리가 귀청을 울린다.


올 여름을 보내기 싫은 것은 풀벌레인가보다.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접어두고 가을 속으로 걷는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해진 하늘을 보니 김춘수 시인의 ‘능금’이라는 시 한 부분이 생각이 난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가을이 그에게 한결같은 애무의 눈짓을 보낸다.’ 가을을 그리워 본적이 없었는데 올 여름은 덥고 습한 기운에 유난히 가을이 기다려진다.


가을에 대표적인 과일은 사과다. 사과는 누구나 좋아하는 과일이며 몸에도 좋아 건강관리를 위한 식단에도 많이 사용한다. ‘능금’ 이라는 시를 보면서 사과라고 생각하면서 시를 감상했다. 그런데 능금에 대해서 알아보니 사과와 다르다.


능금은 원래 임금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다 발음상 능금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능금은 우리나라 전통 과일이며 사과는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과일이다.


동의보감 탕액편에는 ‘능금의 성질을 따뜻하며 맛이 시고 달며 독이 없다. 당뇨병과 유사한 소갈증을 멎게 하고 배가 아픈 것을 치료하며 담을 없애고 이질을 멎게 한다.’ 라고 되어 있다.


한국본초도감에서는 ‘사과의 맛은 달고 성질은 서늘하며 독이 없다. 갈증을 그치게 하고 폐의 호흡 기능을 활성화시키며 위장의 소화력을 촉진시키고 기은이 나게 하며 알콜에 대한 분해 작용이 크다.’ 라고 제시하고 있다.


문헌을 보더라도 능금과 사과는 다르다. 능금은 크기가 작다. 그동안 필자는 능금을 사과와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한 이유는 사과 포장에 경북능금, 예산 능금이라는 상품명 때문이다.


아직도 사과의 고장 경북에서는 사과를 능금이라고 부른다.


김춘수의 ‘능금’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는 시를 보면서 뉴턴의 만유인력을 생각했다. 시인과 과학자의 사유만 다를 뿐이지 사물을 보는 눈을 경이롭다. 그러한 내용을 보면서 능금은 사과라고 생각했다.


사과에 대한 스토리는 많다. 그 만큼 우리 삶에 익숙한 과일이다.


최근 우리나라 대통령이 여름부터 나오는 조생종 아오리 사과를 보고 “이게 빨개지나” 하고 물었던 기사를 보았다.


일본 아오모리 지방에서 나온 사과는 우리나라에서도 재배를 한다. 대통령의 언어는 화제가 된다. 대통령의 발언에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푸른색일 때 먹는 사과로 알고 있는데 “빨개지나?” 물음 자체에서 철에 따라 먹는 사과 종류를 모른다는 것은 삶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의미 없는 질문을 하는 대통령은 민생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본다.


능금에 대한 종로구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자료를 보면, ‘조선시대 한양도성 주변에 종로 부암동은 능금이 지천 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암동은 예전 이름은 능금나뭇골이었다. 크기는 어린이 주먹만 하고 신맛이 강하고 물기가 많다.’


조선시대에는 지금처럼 크고 다양한 사과가 없었기 때문에 능금은 과일로서 가치가 컸다. 그러나 사과가 등장하면서부터 능금은 외면당했을 것으로 본다.


그 많던 부암동 능금 밭이 사라졌다는 것은 사과가 등장하면서부터 일 것이다.


2021년도 조사에 부암동 능금나무는 세 그루 밖에 남아 있지 않아 서울시 토종 식물원은 서울 능금을 복원하기로 하여 260그루를 번식했다고 한다. 능금이 크기가 작게 열리기 때문에 관상수로 집에서 키워도 좋은 것으로 본다.


김춘수의 시 능금을 더 감상해보면,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의 비할 바 없이 그득한 여운을 새긴다.’ 하고 되어 있다.


머지않아 축제의 시간이 다가온다. 결실의 계절 가을에 우리는 알알이 맺힌 사과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능금이라는 시에서 우리는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왜냐하면 능금은 오랫동안 기억에서 사라진 과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능금은 이 세계에서는 사라져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과일이다.


한가위가 다가온다. 우리 손안에 붉게 물든 사과를 듬뿍 안게 될 것이다.


이제 그리움이 된 능금이 우리에게 다시 충실한 과일로 자리 잡기를 바래본다. 능금이 복원되어 그리움을 넘어 손안에 담아보는 기쁨을 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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