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하루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로/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 보면은/ 해 저무는 물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들이 밀려오는 강기슭에는/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이/ 물결보다 잔잔하게 피었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구절초 꽃 시를 읽어보면서 섬진강 푸른 강을 그려본다. 지금쯤 강변에는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길 떠나는 나그네의 동무가 되어 주고 있을 것이다.
섬진강 강변을 네 번을 걸어야 한해가 갔는데 올해는 묵고 살아야 하는 이유로 그 강변에 서지 못했다. 가을이 되어 쑥부쟁이, 구절초 손짓하는 계절이 왔으니 섬진강변을 밤길이라도 걸어야 할까보다.
구절초 꽃 피면 가을이 완연해지기 시작한다.
지난 9일은 한글날이다. 한글은 ㄱ에서 ㅎ까지 아에서 이까지 합해서 어떤 언어라도 만들 수 있다.
한글은 창의적인 문자이며 조합능력이 뛰어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글날을 맞이해 우리 시대의 언어의 변화를 생각해 본다.
언어는 그 시대를 말한다. 특히, MZ 세대의 언어는 요즈음 문화 트랜드를 그대로 드러낸다.
90년대에 생성된 대표적인 언어는 ‘오렌지족’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함께 소비문화를 이끌어가면서 강남일대를 누볐던 세대다. 오렌지족은 유학을 다녀온 부유층 2세대를 말하는데 유학을 갔다 오지 않으면 탱자족, 낑깡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그때 오렌지족은 40대가 되어 엑스틴세대라는 신조어로 새로운 문화 트랜드를 만들어내는 기성세대가 되었다.
오렌지족이 만들어냈던 언어는 ‘야타족’이라는 언어다. 강남의 부유층이었던 오렌지족은 차를 몰고 다니며 ‘야타’라는 언어를 생성하며 사회면 기사를 도배하기도 했다.
그 뒤로 X세대, Y세대, N세대, W세대와 같은 수많은 신세대들의 등장은 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다른 세대보다는 문명의 혜택을 받은 세대로 컴퓨터 앞에서 온라인 게임에 몰두하며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세대가 되어 ‘엄지족’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들은 인터넷, 디지털 등 IT 문명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놀이 문화를 만들었다.
90년대 청춘이 오렌지족이라는 문화 트랜드를 만들어갈 때 90년대 태어난 세대들은 이제 성인이 되어 우리사회의 주축이 되었다.
그들은 “식사하셨어요.” 라는 인사말보다는 카카오톡을 이용해 이모티콘으로 안부를 묻는다. 또한 함축어를 사용하며 앱시장을 이용해 주문을 해 ‘택배, 배달’ 이라는 직업도 등장하였다.
시대변화에 따른 언어는 병맛, 먹방, 꼰대, 이퇴백(20대 직장을 그만둔 백수)등 함축어로 기성세대가 알아들을 수도 없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급진적인 변화에 정직, 솔직히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해 ‘창렬하다’, ‘혜자스럽다’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요즘 우리사회에 신조어는 존버, 금수저, 은수저, 비혼, 국룰, 뉴트로, 밈, 워라벨, 손절, 맘충 등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언어는 긍정보다는 부정의 언어가 많다.
부정의 언어가 많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세대갈등, 젠더갈등을 보여주며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볼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 초중고생들의 언어능력에서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우리의 언어가 모바일과 앱 문화로 인해 책읽기가 힘들어져 문해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식당을 하는 지인이 우리나라 사람들 어휘력에 문제가 있다면서 며칠 전 상황을 이야기 했다. 식당에 전화가 와 “여보세요. 쉬는 날이 언제지요?” 물음에 “연중무휴입니다.” 했더니 “아! 네, 식당 이름이 연중무휴라고요. 그런데요. 쉬는 날이 언제지요.” 라고 물어서 할 말이 없었다고 한다.
일본의 노리코 교수에 의하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의성까지 넘어서는데 통찰력은 힘들다고 한다. 통찰력은 맥락과 추론, 함의를 파악하는 문해력을 통해 가질 수 있다고 한다. AI가 인간과 차별화 할 수 있는 영역이 문해력이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인간의 통찰력으로 독창적인 한글이 어떠한 언어를 생성해낼지 궁금하다.
가을꽃이 피고 지는 계절에 우리의 언어를 아름답게 사용해 우리의 한글에 대한 의미를 더 잘 살렸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회가 우리의 언어를 만들어 간다. 한글날을 맞이해 서로가 존중해주는 언어 사용으로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