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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에서 만나는 소소한 즐거움
  • 호남매일
  • 등록 2024-04-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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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봄이 오면 섬진강의 물소리를 들으러 길을 떠난다. 이번에는 벚꽃 소식이다.


섬진강이 시작되는 곡성에서부터 하동까지 이어지는 벚꽃길은 어느 곳에 멈추어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차를 타고 강변을 달리며 올리브 빛 물이 오른 버드나무를 보는 즐거움도 크다.


섬진강에 벚꽃이 피었다는 소식에 온 동네 사람들이 모였다. 점심때가 되어 식당을 찾았지만 번호표를 받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어 낯선 동네를 기웃거리다가 때를 놓쳐 버렸다.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에는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본격적인 국회의원선거가 시작되었나보다. 선거 방송과 노래가 구례군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구례 읍내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장이 열렸다. 장터에는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있어 시간 보내기는 안성맞춤이었다.


구례가 산수유 꽃이 만발하는 고장이라 산수유 모찌떡이 맛깔스럽게 놓여 있었으며, 옛날 사라다빵은 학창 시절을 생각나게 하였다.


시장 좌판을 보았더니 김밥, 국수 등 먹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봄날에 천막 아래서 먹는 김밥과 장터 국수는 맛이 있었다.


싸고 맛있는 간단한 점심을 해결하고 차 한 잔 할까 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장터 카페가 보였다. 장터 시장 카페에는 블루마운틴, 예가체프, 에디오피아, 케냐산 등 다양한 커피가 있었다. 주인장은 게이샤 커피를 추천하였다. 서울에서는 3만원 한다는 게이샤 커피를 6천원에 먹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오랜만에 장터를 돌아보았다. 장터에서 할머니가 직접 캤다는 쑥부쟁이, 머위도 사고, 메밀묵도 하나 샀다.


시장를 돌아다니며 반찬거리를 사다 보니 어느덧 손에는 봉지가 가득 찼다. 시장을 돌다 땅콩을 사는 사람이 많아 “땅콩은 국산인가요.” 물었다. 땅콩 파시는 아저씨는 자신 있게 답합니다. “국산이 아니제.” 하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시장에서 국산이냐고 물어본 것은 촌스런거제.” 졸지에 구례 시장에서 촌년이 되었다. 시장에서는 국산을 팔지 않는다는 것인지? 의문을 품으며 발길을 돌린다.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니 배가 고팠다. 순간, 발길을 잡은 것은 뻥튀기 집이었다. 장터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봉지 하나를 들고 다녔는데 그것은 견과류와 뻥튀기였다.


구례 오일장은 매달 3일과 8일에 장이 열리고 일요일은 구례에 여행 오신 분을 위해 장터가 열린다.


장터 하면 생각나는 국밥집과 막걸리와 전집은 보이지 않고 과일 생즙, 오렌지주스, 커피 등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먹거리가 더 많았다. 소비자의 삶과 패턴에 따라 장도 변하는가 보다.


장터 과일, 야채 가게를 돌다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것은 대파 가격이었다. 그동안 대파 기사로 정치판을 흔들다 보니 대파 가격에 파- 하고 웃으며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현상이다.


봄비가 많이 내려 채소가격이 다른 해에 비해 가격이 올랐으며 과일도 평소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사과를 사기 위해 봉지를 들었다가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수입산 포도를 사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봄철이라 표고버섯이 시장에 많이 나와 있었다. 할머니는 손수 키웠다는 버섯을 한 아름 더 안겨 주었다. 바로 이런 것이 오일장의 맛이 아닌가 싶다.


봄이라 그런지 오일장 꽃가게는 다양한 봄꽃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수생식물을 살까 하고 환하게 핀 꽃을 구경하면서 꽃가게를 살피고 있는 할머니 두 분이 꽃을 보면 예쁘다 하자 할미꽃 이름을 알려 주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아이고 나도 할매인디 꽃도 할매네. 어짜쓰까 이 꽃은 살지도 않았는데 할매가 된 것이여. 이 꽃 인생도 짠하네. 나라도 사야 쓰겄네” 하면서 할미꽃 화분 두 개를 들었다.


일요일에 열린 오일장에서 다양한 먹거리와 시장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터를 돌고 나오면서 어린 시절 10리 길을 걸어 담양 장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가 따라간 장터에서 먹었던 멸치국수 한 그릇은 지금도 잊지 못할 맛이다. 담양관방제림에서 국수를 먹어 보지만 어릴 적 먹었던 국수 맛은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은 처음 먹었던 맛에 대한 기억이 컸기 때문이다.


벚꽃구경을 간 봄날에 우연히 들렀던 장터에서 소소한 일상은 활기를 주었다.


봄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의 올리브 빛 물이 든 미소는 봄날의 아름다운 삶의 한편을 기억의 창고에 저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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