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전남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찾아가는 타운홀미팅에서 발언 중인 김희수 진도군수 /KBC 뉴스 유튜브 캡처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희수 전남 진도군수가 인구 감소 대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스리랑카나 베트남 처녀를 수입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해 외교적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김 군수는 지난 4일 ‘광주·전남 행정통합 타운홀미팅’ 생중계에서 인구 소멸 문제를 언급하며 "스리랑카나 베트남 쪽 젊은 처녀들을 수입해 농촌 총각 장가도 보내는 등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해당 발언이 공개되자 "여성을 인구 정책의 수단으로 대상화했다"는 비판이 즉각 제기됐다.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주한 베트남 대사관(이하 대사관)은 지난 6일 전남도지사실과 진도군수실 앞으로 공식 항의 서한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은 서한에서 해당 발언이 베트남 여성의 존엄을 훼손하고 양국 간 우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책임 있는 조치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대사관은 "한국과 베트남은 30여 년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베트남 교민 사회는 한국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며 "베트남 여성을 ‘수입’의 대상으로 표현한 것은 개인에 대한 모욕을 넘어 양국 국민이 공유하는 존엄과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남도는 포용과 존중의 가치를 중시해 온 지역으로 인식돼 왔다"며 "이번 발언은 그와 배치되는 부적절하고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베트남 이주민 사회와 여성단체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한 베트남 여성 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김 군수의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주한 베트남 여성 단체는 "이번 발언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이주 여성을 인구 정책의 도구로 바라보는 구조적 차별의 문제"라며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은 귀화자를 포함해 10만 명이 넘는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지 ‘수입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희수 군수는 지난 5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김 군수는 사과문에서 "인구 정책에 대한 광주·전남 통합 지자체 및 국가 차원의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해와 불편을 초래했다"며 "해당 발언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표현을 즉시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과문 발표에도 시민사회와 여성·이주민 단체들은 사"사안의 본질인 인권 침해와 성차별적 인식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책임 언급이 부족하다"며 진정성 있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김 군수가 현재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과 맞물리며 파장을 키우고 있다.
김 군수는 업자로부터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으며,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대는 해당 자재가 인허가 권한과 관련된 대가성 금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특히 자재를 제공한 업체가 김 군수 취임 이후 진도군과 여러 차례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지며 의혹은 더욱 확대됐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사법 리스크에 이어 공직자의 인권·성평등 감수성 부재가 국제적 문제로까지 번졌다"며 "진도군민의 자부심은 물론 전남도의 대외 신뢰에도 상처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