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을 무력 진압하고 헌정질서를 유린한 신군부 반란의 주역 전두환씨가 사망한 23일 광주 서구 5·18 자유공원에 '전두환 11공수부대 준공 기념석'이 거꾸로 놓여있다.
전두환씨가 23일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사과 없이 사망한 가운데 전씨를 찬양하기 위해 광주와 전남지역에 세워졌던 조형물은 역사적 심판의 상징물로 남아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옛 망월묘역) 입구에는 이날 오전 비가 내리는 중에도 '전두환 마을 방문 기념비'가 땅에 박혀 있었다.
이날 묘역을 찾은 추모객들은 5·18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염원하며 '전두환 기념비'를 밟고 지나갔다.
기념비는 1982년 3월 전씨 부부가 전남 담양군 고서면 한 마을에서 숙박한 것을 기념하기 세워졌다. 기념비에는 '전두환 각하 내외분 민박마을'이라고 쓰여 있다.
이후 1987년 6월 항쟁으로 전씨가 정권에서 물러나자 시민단체 등은 담양의 한 마을 입구에서 전두환 기념비를 찾아내 일부를 옛 망월묘역으로 가져와 땅에 묻었다.
5·18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 설치됐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등은 기념비를 밟고 지나간 반면, 보수진영 인사들은 그냥 지나쳤다.
지난 10월에는 전씨의 고향인 경남 합천지역에서 결성된 '전두환 적폐 청산 경남운동본부 준비위원회'가 참배를 한 뒤 전두환 기념비를 밟았다.
지난 2019년에는 5·18 당시 시민들을 향해 집단발포를 자행했던 담양 11공수여단 입구에 세워진 '전두환 비석'이 5·18자유공원으로 옮겨져 화장실 옆에 거꾸로 눕혀졌다.
당초에는 교육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자유공원 안으로 이전이 추진됐지만 5·18 단체들의 반대로 자유공원 밖으로 밀려나 설치됐다.
비석은 1983년 11공수여단이 담양으로 부대를 이전하면서 세워졌으며 '선진조국의 선봉'이라는 한문 글자와 그 아래 '대통령 전두환'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장성 상무대가 보관중인 전두환 이름이 새겨진 범종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범종은 5·18 당시 광주시민 진압에 투입된 계엄군의 전승기념물로 군 장교를 양성하는 상무대에 반란군의 기념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5·18단체 등은 "전두환의 이름이 새겨진 범종은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반환해 역사적 교육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범종은 전씨가 5·18 이듬해인 지난 1981년 광주 상무대 방문 당시 군 법당인 무각사에 기증됐으며 '상무대 호국의 종, 대통령 전두환 각하'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당초 광주 상무지구 무각사에 있던 이 범종은 광주시민들의 반발로 지난 2006년 철거돼 현재 장성 상무대 군 법당에서 보관하고 있다.
민족민주열사묘역을 찾은 참배객은 "전두환씨가 숨지기 앞서 광주에서 재판을 받는 등 사과할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며 "역사적인 교육 자료로 활용돨수 있도록 전씨를 찬양하고 있는 상징물들을 모두 찾아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