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특유의 '실용주의'를 내세워 민주당 정권의 금기였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식화했다. 부동산정책도 문재인 정부와 정책 차별화를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급등에 분노해 마음을 열지 않고 있는 수도권 표심을 잡지 못하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은 문재인 정부의 '수요 억제' 정책으로 향후 수년간 신규 공급 물량이 메말랐다. 집값과 표심을 잡기 위해 공급 확대가 절실하지만 개발 가능한 신규 택지를 찾기 힘들다. 이 후보가 언급한 김포·성남공항 이전 등은 현실성과 즉시성에 의문이 크다.
민주당 정권이 재개발·재건축을 터부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기존 택지의 고밀화 이외에는 등 돌린 수도권 표심을 만족시킬 만한 도심내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용적률 상향, 규제 완화로 1기 신도시 5곳에 주택 10만호를 공급하겠다면서 관련 의제를 선점한 것을 고려하면 이 후보도 지지층 반대를 딛고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라는 맞불을 놓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다.
다만 이 후보가 최대 수혜지가 될 강남권이 아닌 서민 주거지인 노원구 노후 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와 간담회 직후 규제 완화를 공식화하고 동시에 과도한 개발이익의 공공 환수를 약속한 것은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지지층의 비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용적률, 층수규제 완화를 통해 재개발·재건축이 필요하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역대 민주 정부는 재개발·재건축을 과도하게 억제한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재개발·재건축을 금기시하지 말고 국민의 주거 상향 욕구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 500%의 4종 주거지역 신설과 용적률 상향·층수 제한 완화·공공기여 비율 조정,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이 후보가 내놓은 일련의 규제 완화 보따리는 문재인 정부는 물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기조를 사실상 백지화하는 것이다.
이 후보는 "과도한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사업구역은 적절히 공공 환수를 해서 지역 사회에 환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아마 가장 좋은 방법은 청년 주택과 같은 공공주택 공급이 될 것"이라고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공약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 정부 부동산 정책과 궤를 달리 한다는 지적에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현재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과 다르지 않냐는 말씀이신데 공감하고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박 전 시장이 도시재정비 관련된 문제에서는 약간 보수적 가치를 가졌던 것 같다"며 "서울을 보존하면서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고 싶어 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현장 주민들이 느끼는 주거환경 악화에 따른 고통이 좀 간과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우리의 정책 방향과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의 고통과 더 나은 삶이다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래서 실용성이란 것이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