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이재명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 취임 첫 일성으로 '대국민 사과'를 택했다. 민주당 구성원에는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할 언동을 자제하라고 주문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 마음을 정하지 못한 중도·부동층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세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28일 남기고 선거전에 전면 등판한 이 총괄선대위원장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친문(親文) 지지층 일각의 반(反)이재명 정서를 잠재우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전하고 있는 호남에서 집토끼 표를 찾아오는 데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낙연 "민주당 기대 못 미쳐…억지스럽게 변명 않고 겸허하게 사죄드릴 것"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선대위를 총괄해 달라는 당과 후보의 요청을 받고 저는 많이 고민했다"며 "고민 끝에 그 요청을 받아들인 것은 무엇보다도 민주당이 국정을 더 맡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좋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선까지의 기간은 짧지만,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이라며 "민주당과 저는 모든 역량과 정성을 모아 국민의 지지를 호소드리겠다. 그래서 3월9일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대내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능력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국민에게 걱정을 드렸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위기다. 코로나19가 충격적으로 퍼지고,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이 견딜 수 없게 커진다. 사회가 잔인하게 변화하고, 국제질서 또한 냉엄하게 재편된다"며 "위기는 능력과 경험을 갖춘 정부를 필요로 한다. 그런 능력과 경험을 갖춘 정당이 그래도 민주당이라고 저는 믿는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많다"며 "저희는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안다.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잘못은 고치겠다. 국민과 국가에 필요한 일을 더 잘 수행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드린 일도 적지 않다. 억지스럽게 변명하지 않겠다"며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죄드리겠다. 국민께 걱정을 드린 잘못들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경계하고 꼼꼼하게 준비하겠다. 그 잘못들이 오히려 약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민주당 구성원에게 언동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소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 경선에서 자신을 지지했지만 이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는 일부 호남과 친문 지지층, 중도층을 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선거는 국민의 신임을 얻기 위한 예민한 경쟁"이라며 "민주당의 모든 구성원은 국민의 신임을 얻는 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할 언동이 나오지 않도록 극도로 자제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저는 부족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저는 국민과 국가를 위한 저의 책임을 다하는 데 저의 보잘 것 없는 힘이나마 모두 쏟아붓기로 했다"며 "이번 대통령선거가 그 무대다. 선거 과정에 국민 여러분의 가르침을 받고, 저의 생각도 말씀드리겠다. 민주당에 기회를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재명 "위기 돌파 역량 믿어" 우상호 "친문·호남에 진정성있는 스피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후보는 이 전 대표에게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정말 든든하다"며 "많은 경험과 경륜을 갖고 계시고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현재 위기 국면들을 슬기롭게, 역량있게 잘 돌파해줄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민주당 172분 의원단을 대표해서 이 전 대표의 총괄선대위장 수락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이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선 만큼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선대위, 그러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겸손한 선대위, 또 더 많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선대위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대선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 이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는 친문·호남 지지층과 중도층을 결집시켜 30%대 박스권에 갇힌 이 후보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대선 판세가 '경합 열세'인 것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이 이 후보 지지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처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41.4%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됐지만, 현재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30%대에서 정체 중이다.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 지역에서도 윤석열 후보가 20%대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이 후보는 60%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호남 출신 4선 의원,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내 당내 경선에서도 친문과 호남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정성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은 이날 오전 BBS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 합류와 관련해 "그동안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고 하면서도 이재명 후보를 적극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 또 중도층이라든가 여성층에게 민주당의 신뢰감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또 가장 중요한 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 출신 유권자들에 대해서 상당한 호소력이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도 KBS 라디오에서 "이 총괄선대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분들에게 이 전 대표만한 스피커가 없다', '호남에서 마음을 열어주지 않고 계신 분들에게도 진정성 있는 스피커가 없다. 그 역할을 좀 해달라'고 말씀드렸다"며 이 전 대표 영입 제안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이쪽 층에서는 이낙연 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줬다는 그 사실이 상당한 울림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낙연, 김혜경 논란에 "진솔하게 인정하고 사과해야"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회의 뒤 만난 기자들이 호남 지지율 관련 복안이 있는지 묻자 "국민의 마음을 얻고자 하면 훨씬 더 낮아지고 진지해져야 한다"며 "호남인들의 걱정과 고민이 무엇인지 좀 더 가깝고 낮게 파악하고 접근하고 호소드려야 한다. 한 두 가지 이벤트로 마음을 얻고자 하는 생각은 허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선대위에 합류한 이후에도 여전히 친문 지지층 일각에서 이 후보에 대한 반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는 "앞으로 많은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간곡한 충정을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 총괄선대위원장 앞에 놓인 또 다른 과제는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과잉 의전 논란 수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김씨 논란에 대해 '가짜뉴스', '언론사 법적 대응' 등을 언급하는 한편, 감싸는 행보를 보이면서 중도층 표심마저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김씨의 직접 사과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냐'는 질문에 "조금 전에 여기(회의 모두발언)에 말한 것에 포함이 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것이든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