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내달 중 오미크론 변이 유행의 정점이 지난 후에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 완화를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오미크론 유행이 한 달 가량 만에 정점을 찍고 급감한 영국, 미국과 달리 3차 백신 접종률이나 마스크 착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유행이 3개월 가량 지속되다 빠르면 내달 중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행의 정점에 다다르기도 전 방역을 완화하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 증가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단 이달 말에서 내달 초 유행의 정점을 확인하고 의료체계가 중환자 발생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거리두기 등 방역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명씩 보름간 발생하면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한 중환자 수인 1500명이 안 되리라는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사상 최대인 9만443명으로 10만 명에 육박했다. 신규 확진자 규모가 커지면서 위중증 환자 수도 313명으로 집계됐다.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달 29일부터 보름 간 200명대를 유지해오다 지난 14일 300명대를 넘어섰다.
정 교수는 "치명률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명 발생하면 하루 100명씩 사망해 치명률이 0.1%로 올라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치명률은 누적 사망자 수를 누적 확진자 수로 나눠 계산한 값으로, 현재 치명률은 0.46%(16일 0시 기준)다.
무증상·경증이 대다수인 오미크론의 특성과 바뀐 코로나 진단·검사 체계를 감안하면 현재 확산세는 발표되고 있는 각종 방역 지표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역 완화 조치에 신중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3일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를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한 신속항원검사 중심으로 바꿨다. 신속항원검사는 검사 결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지만 PCR검사에 비해 민감도(감염된 환자를 양성으로 진단하는 비율)가 떨어져 확진자 검출율이 떨어질 수 있다. 정 교수는 "2주 전보다 PCR 검사를 덜 하고 있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면서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이미 10만 명을 넘어섰을 것"이라고 짚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유행의 정점에서 의료체계가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한 후에야 방역 조치 완화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내달 중 하루 확진자가 20만 명 이상에 달하는 유행의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정 교수는 내다보고 있다.
정 교수는 "델타보다 전파력은 더 강하지만 치명률은 낮은 오미크론의 특성과 추가 접종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발생하는 중환자 수를 아슬아슬하게 감당이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정부가 유행이 정점에 이르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을 완화하면 의료체계가 발생하는 중환자 수를 감당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빠르면 2달 정도 심각한 유행을 겪은 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의미가 없어지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고 정 교수는 내다보고 있다. 빠르면 4월 중 방역 완화 조치를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유행이 정점에 도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을 풀어버리면 의료체계가 증가하는 위중증 환자 수를 감당하지 못해 인명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