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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유세 동원에 지방의회 의정은 뒷전
  • 호남매일
  • 등록 2022-02-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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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권자 위임한 책무 소홀" "의회 운영 능력 부족"

광주 일부 기초의원들이 본연의 의정 활동은 뒷전으로 미룬 채 제20대 대통령 선거운동에만 열을 올려 도마 위에 올랐다.


회기 일정을 미리 조정하지 못해 이해 충돌이 발생, 구정 보고 등 의정 활동이 잇단 파행을 겪어 선출직으로서 주권자가 위임한 책무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광주 5개 구의회에 따르면, 20대 대선 공식 선거 운동 일인 이달 15일 이후 임시회가 열린 의회는 서구·남구의회다.


서구의회는 초반 대선 유세전이 한창인 이달 21일부터 오는 28일까지 회기를 진행한다. 회기 중엔 상임위별 구정 추진계획 보고와 시급한 조례 개정안 처리를 한다.


구정 보고는 통상 매년 1월 회기 중 진행하지만,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여파로 일부 부서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회기가 2월로 회기가 밀렸다.


여기에 설 명절 연휴, 의원 개인 일정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공교롭게도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과 겹쳤다.


어렵사리 열린 회기는 잡음과 파행으로 얼룩졌다. 기획총무위원회(위원장 등 총 6명)는 지난 23일부터 이틀 간 진행한 서구청 11개 부서 구정 보고를 \'하는 둥 마는 둥\'으로 마쳤다.


기획총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 5명 중 2명은 이틀 동안 회의에 불참했고 나머지 의원들도 유세 일정에 맞춰 서둘러 회의를 마무리하거나 틈틈이 자리를 비우기 일쑤였다.


지난 23일엔 상임위 회의를 주재해야 할 위원장이 \"대선 정국이 중요한 만큼, 서면 보고로 대체하자\"고 제안, 이를 두고 옥신각신하다, 오전 회의가 무산됐다. 이후 참석 의원 대부분이 민주당 지역 국회의원 5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도심 유세전에 동참했다가, 오후 회의는 1시간여 만에 끝났다.


24일 회의에서도 자치행정국 6개 과 중 회계정보과를 빼고는 형식적으로 진행됐다. 이마저도 오전 중 의원 질의가 길어지자, 의사 일정 진행을 놓고 언쟁이 벌어졌다. 급기야 오후 회의는 위원장을 비롯해 2명 만이 참석한 상황에서 18분 만에 끝났다.


그러나 기획총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 5명 중 불출마 예정인 1명을 제외한 4명은 같은 날 오후 2시 서구 금호동 거리 유세전에 모두 참석했다.


애당초 회의에 나오지 않은 의원부터, 회의를 빨리 끝내려 했던 위원장도, \'회의 만큼은 제대로 하자\'며 먼저 자리를 뜬 의원마저도 한마음으로 대선 선거운동을 펼쳤다.


사회도시위원회 의원들도 소관 부서가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관련 현안 대응으로 바쁘다는 이유로 대부분 서면 보고로 대체한 뒤 각자 유세에 동참했다.


남구의회는 이달 15일부터 18일까지 임시회를 열었다. 하지만 외부 계약 일정 탓에 서둘러야 하는 집행부 발의 조례안(민간위탁 동의안 등) 처리를 위해 급히 소집했고 꼭 필요한 조례안 심의·의결에만 집중해 나흘 만에 회기를 마쳤다.


조례의 경우 사전 협의 등의 절차를 거치는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상임위 회의를 탄력적으로 조율했다. 때문에 선거운동과 겹쳤지만, 의원 결석 등 회기 차질은 없었다.


북구의회는 진통 끝에 겨우 회기 일정을 조율, 대선 선거운동이 공식 시작된 지난 15일까지 임시회 일정을 마쳤다. 동구·광산구의회도 구정 보고 등 1월 회기 일정을 마쳤으며, 공식선거운동 기간 이후로 임시회 일정을 조정할 계획이다.


한 자치구 의원은 \"과거에는 대선 선거운동 탓에 지방 의정이 파행을 겪은 사례는 거의 없었다. 12월 대선에 앞서 11월 중으로는 행정사무감사, 예산·결산 심의가 마무리돼 회기가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과 엇갈렸다\"며 \"한 차례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일정이 봄으로 바뀌면서 기존 지방의회 의사 일정 조율에 혼선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과 지방선거가 잇따라 치러지는 데다가, 민주당이 지방의원 공천을 대선과 연동하면서 의정 차질이 심해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초의회 관계자는 \"지역 선출직 대다수가 소속돼 있는 민주당이 \'대선 기여도\'를 지방선거 공천 기준으로 삼으면서 시·구 의원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선거 운동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아무리 비회기 중이더라도 SNS에 경쟁적으로 유세 참여 사진·지지 호소 글을 올리는 모습이 유권자에겐 곱게 보일 리 없다\"고 밝혔다.


조선익 참여자치21 공동대표는 \"지방의원이 정당인으로서 대선 후보 선거운동에 참여하고 공천이 중요하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지방의원으로서 임기 중 본연의 일을 하지 않는 것은 꼴불견이다\"고 말했다.


또 \"대선, 총선에서 유력 지역 정치인의 선거를 돕지 않으면 시·구 의원 공천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문제다. 자치분권 시대에 주권자의 뜻을 받들어야 할 시·구 의원들이 \'주인\'이 위임한 본연의 책무는 소홀히 하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주민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특정 유력 정치인에 의해 지방의회 의정 활동이 좌우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진성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지역 투표율로 공천을 반영하겠다는 민주당의 전략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방의회 본연의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선 비판 소지가 있다\"면서 \"당적을 떠나 선출직이 선거 운동에 동원되는 것이 의원 도덕성·자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각 의회마다 회기 일정을 원만하게 조율했더라면 문제가 덜했을 것이다. 사려 깊지 못한 것이고 운영 능력이 부족한 걸로 보여진다\"며 \"앞으로도 대선 일정에 따라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는 일인 만큼, 반복되지 않도록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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