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빚을 끌어다 쓰며 재정 건전성이 악화됐다는 지적에도 새 정부가 시장에 돈을 푸는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당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발표한 110가지 국정과제를 실현하는 데만 200조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1년에 40조원씩 필요한 셈인데 이전 정부의 사업 예산을 깎고, 기업이 내는 법인세와 부동산 관련 세수로 해당 재원을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긴 상황에 세금이 더 들어올 곳으로 예상하고 지출을 늘리는 것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5일 인수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11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약 209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산출한 재원보다 30조원가량 많은 액수다.
인수위는 해당 재원을 지출 구조조정과 초과세수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먼저 지출 구조조정 계획을 보면 정부가 1년에 쓰는 예산이 600조원가량이고, 이 가운데 손댈 수 있는 재량지출은 300조원가량이다. 여기서 국방비, 인건비 등 쉽게 줄일 수 없는 예산 100조원을 제외하면 약 200조원가량이 남는다.
인수위는 이 200조원 가운데 약 10%를 구조조정해 1년에 20조원가량을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실적이 저조하거나 지연되는 사업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방식으로 돈을 짜내지만, 이번에는 정권이 바뀌는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한국판 뉴딜\' 정책 관련 예산이 삭감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한국판 뉴딜\' 사업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추 후보자는 얼마 전 인사청문 서면 질의에서 \"한국판 뉴딜 추진 과정에서 계획 대비 집행이 부진하거나 성과가 저조한 사업들에 대해서는 보다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런 방식의 지출 구조조정으로 20조원을 마련하고, 남은 20조원은 초과세수로 충당한다. 문제는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히기를 기대하기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전 세계 경기가 위축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도 저하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러면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윤 당선인이 내세운 감세 공약들도 세수 확대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여기에는 주식양도소득세 폐지, 증권거래세 적정 수준 유지, 부동산 공시가격 환원,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 배제 등이 포함된다.
실제로 차기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과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시기를 2년 뒤로 미루겠다는 방침이다.
대주주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동시에 증권거래세를 지금보다 인하한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감세 정책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지만, 차기 정부에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세수 전망을 내놓고 있다.
추 후보자는 얼마 전 브리핑에서 \"최근 법인세 세수 실적이 증가했고 해마다 근로 소득이 증가하면서 근로소득세도 좋다\"며 \"부동산 관련 양도소득세 등 5년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세수 증가, 지출 구조 변화분을 통해 재원을 충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출 구조조정과 초과세수로 메우지 못한 예산은 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하게 된다. 그만큼 나랏빚이 불어나게 된다는 뜻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7.0%로 전년 대비 3.2%포인트(p) 상승했다. 연말에는 이 수치가 5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은 2011년 30%대에 진입한 이후 지난해까지 줄곧 30%대를 유지해왔다. 이에 비하면 최근 국가채무 비율 상승세는 매우 가파른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