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친이재명계(친명)와 친문 비이재명계(비명)간 \'룰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개막할 모양새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 86 우상호 의원이 추대되면서 사실상 \'관리형 비대위\' 성격이 분명해지자 당 안팎의 시선도 오는 8월 전당대회로 옮겨간 탓이다. 이른바 \'개딸\'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업은 친명계가 전당대회에서 당원 비중 확대를 주장하자, 비명계는 선거 연패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이재명 의원의 당권 출마 저지에 나섰다.
친명계 중진인 안민석 의원은 8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책임당원 50% 일반 국민 50%\'인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을 거론한 뒤 \"우리들은 여전히 대의원의 투표 비율이 45%다. 표의 등가성이 일반 당원들과 1: 90 정도 가까이 된다\"며 \"이게 굉장히 과거의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의 고루한 정당에서 당원 중심의 민주당으로 바꾸는 것이 전당대회의 의미이기 때문에 룰을 바꿔야 한다\"며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 실천할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바꿔내는 환경에서 전당대회를 치러서 고루한 민주당의 이미지를 당원 중심의 민주당으로 바꿔서 축제의 의미로 희망을 주는 전대가 돼야 한다. 당원 여론(비중)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10%, 일반당원 5%의 비중으로 반영되는 현 투표 반영비율에서 권리당원 비중을 높이자는 친명계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여기에 중앙위원회가 예비경선(컷오프)을 주도하는 현행 룰도 당원 여론조사로 대체하자는 게 친명계의 복안이다.
여기에 지난 6·1 지방선거 광주시장 투표율이 37.7%에 그치는 등 호남 민심이 친명계에 심상치 않은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진성 당원 비중이 높은 호남은 대의원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한 지역이기도 하다.
친명계 초선 김용민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주인인 당원이 당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며 \"숙의민주주의를 위해 대의원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적어도 당지도부 선출은 당원이 해야 한다\"고 호응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에 대의원제도가 있지만 당지도부 선출에는 당원투표 70%만 반영한다. 민주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당지도부 선출을 당원들의 투표에 맡겨야 한다\"며 \"권리당원 50%, 국민 여론조사 50% 혹은 권리당원의 비중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민주당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비명계는 \'이재명 책임론\'으로 맞불을 놓았다. 강성 지지층에서 우세한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명분을 흔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친문핵심 홍영표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 의원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선거 때라 외부로 표출만 못 했다\"며 \"대표적으로 인천시당에 국회의원이 한 10명 있는데 한 명이 \'송영길 의원은 서울로 가버렸으니까 인천으로 이재명 후보가 와야 된다\' 이걸 가지고 성명서를 내자고 그러는데 4명만 했다. 나머지는 반대했다\"고 밝혔다.
재보선 공천을 앞두고 이재명 의원 수석대변인을 지낸 최측근 박찬대 의원 등 인천지역 민주당 의원 일부가 이 의원 출마를 촉구하는 회견을 가진 일을 상기시킨 것이다.
홍 의원은 \"그게 하나의 사례고, 당의 70~80%는 반대한 걸로 알고 있다\"며 \"\'당이 원해서 내가 나왔다\', 이런 것들이 (진상이) 좀 밝혀져야 된다고 본다. 제가 아는 한은 우리 당이 원해서 내가 희생하기 위해서 나왔다, 이거는 거짓말\"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개딸이 자신을 원색비난하는 대자보를 지역구 사무실에 붙인 데 대해서도 \'배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구체적으론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조직적\"이라며 \"(배후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것들을 말리고 비판해야 할 영향력 있는 어떤 사람들은 잘한다는 식으로 있다 보니 갈수록 더 심해진다\"고 했다. 사실상 친명계를 정조준한 것이다.
전당대회를 관리하게 될 비대위 내부에선 룰 변경을 놓고 온도차가 감지된다. 친명·비명 계파갈등 관리에 중점을 둔 비대위 성격상 민감한 룰 문제를 잘못 건들릴 경우 내홍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어서다.
당연직 비대위원인 박홍근 대표 직무대행은 기자간담회에서 룰 변경 요구에 대해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을 위해서 어떤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서 어떤 룰이 추가적으로 보완돼야 하는지는 당연히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늘 있기 마련\"이라며 \"당연한 절차와 과정이고 지금과 같이 우리가 위기에 놓인 상황이기 때문에 충분히 열어놓고 검토를 해야 되겠다\"고 원론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게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서 특정인을 위한 유불리의 문제로 접근했을 때는 오히려 갈등이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그런 점까지 감안해서 비대위가 구성된 후 전대에 대해 충분 논의해나가면 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원인 이용우 의원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룰 변경에 대해 \"열려있다고 본다\"면서도 \"선거에서 중요한 거는 이른바 스윙보터를 어떻게 하고 흡수할 수 있느냐, 다양성을 포괄할 수 있고 국민 여론을 얼마만큼 수용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당이 선거에 졌던 가장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그런 중도라든지 이런 쪽의 의견을 국민들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우리들만의 논의에 빠졌던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관점에서 평가를 해봐야 된다\"고 부연했다. 대의원 비중 축소에 대해서도 \"그거는 좀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친명계와 비명계 모두 강성 지지층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세균계(SK)로 광화문포럼 해체를 주도한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미국을 떠나며 팬클럽과 만나고 연일 메시지를 내는 이낙연 전 대표, 국회 앞 즐비한 화환과 자신을 비판하는 정치인들에게 달려들어 낙인을 찍는 지지자들에게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 이재명 의원 모두 지지자들과의 비장한 거리두기를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