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결국 모든 처벌을 피하게 된 가운데, 지난 정부에서 의혹을 다시 들여다보는 동안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법무·검찰 관계자들은 위법한 방법으로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재판을 받고 있다.
출국금지의 적법성을 들여다보기 위한 검찰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청와대가 다른 논란을 덮으려 김 전 차관에 관한 재조사를 기획했다는 의혹에 관해선 검찰 수사가 남아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전 차관에 관한 의혹이 처음 불거진 건 9년 전 법무부 차관에 의해 임명된 이후부터다.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자신의 별장에서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김 전 차관은 임명 8일 만에 사퇴했다.
경찰은 김 전 차관과 윤씨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검찰이 몇 차례 반려하면서 검·경 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사건 송치 이후 검찰 수사과정에서 윤씨만 재판에 넘겨졌으며, 김 전 차관의 성범죄 혐의는 무혐의로 종결됐다. 이들로부터 성범죄를 당했다는 피해자가 이듬해 김 전 차관과 윤씨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다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의혹은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법무부에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김 전 차관 등 사건을 진상조사하도록 권고했다. 진상조사단은 윤씨를 다시 조사하는 한편, 김 전 차관에게도 출석을 통보했다.
그러던 중 김 전 차관은 지난 2019년 3월23일 밤 인천공항에서 출국을 시도하다가 제지당했다. 이후 서울동부지검에 특별수사단이 구성돼 본격적인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됐다.
수사단은 2개월여 동안 윤씨와 김 전 차관을 상대로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이는 한편, 수차례 조사를 거쳐 구속기소했다. 비록 공소시효 등을 문제로 김 전 차관에게 성범죄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지만, 여러 건의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거듭 엇갈렸다.
1심은 김 전 차관의 모든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대법원에서 파기되고 말았다.
당시 대법원은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건넨 의혹을 받는 사업가 최모씨의 진술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최씨가 재판에 출석하기 전 검찰과의 면담 과정에서 회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였다.
이 밖에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성접대와 3100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는 공소시효가 완성돼 면소 판결이 확정됐다. 사업가 최씨로부터 받은 다른 뇌물 혐의도 무죄로 마무리됐다.
결국 파기환송심은 최씨의 진술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며, 이날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결국 김 전 차관은 처벌을 받지 않게 됐다. 김 전 차관은 무죄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수감된 기간에 해당하는 형사보상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 본인에 관한 사건은 모두 종결됐지만, 조사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관한 재판과 수사는 남아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