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 이어 항소심 법원도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역사를 왜곡한 고 전두환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광주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최인규 부장판사)는 14일 5·18단체 4곳과 고 조비오 신부 조카 조영대 신부가 고 전두환씨(저자)와 아들 전재국씨(출판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두환 부인 이순자(전두환 상속인)와 전재국은 5·18단체 4곳에 각 1500만원씩 6000만원을, 조 신부에게는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전재국에 대한 원고들의 출판금지 청구에 대해서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회고록에서 문제가 된 표현 63개 중 사실 적시로 볼 수 없는 부분과 허위라는 점에 대한 입증이 부족한 부분을 제외하고 표현 51개를 전부 또는 일부 삭제하라. 내용을 삭제하지 않으면 출판·배포를 할 수 없다\"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명예훼손과 손해배상 사유로 인정받지 못한 \'계엄군 장갑차 사망 사건\'과 관련, 전두환씨가 회고록에 허위 기재한 것을 인정했다.
원고 측은 \"전두환씨가 1980년 5월 21일 정오 공수부대원(11공수여단 권모 일병)이 후진하던 계엄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것을 시위대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고 회고록에 허위로 기재했다. 이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며 부대 항소했다.
재판부는 \"현장에 있던 여러 계엄군의 진술에 비춰보면 공수부대원이 계엄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것으로 인정된다\"며 \"이 기록을 삭제하라\"고 했다.
다만 전두환이 회고록을 집필할 당시 이 기록이 허위라는 인식을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손해배상 책임은 부정했다.
재판부는 또 전두환이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암매장·비무장 민간인 학살 등 자신의 만행과 책임을 전면 부인했다고 인정했다. 5·18 경위와 진압 경과에 대해 사실과 다른 서술을 해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전두환은 5·17 군사반란과 5·18 관련 내란·내란목적살인의 우두머리로 무기징역형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장본인임에도 회고록을 통해 법적·역사적으로 단죄된 부분마저 책임을 부인했다. 피해자 행세를 하면서 진짜 피해자인 민주화운동 세력을 비난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두환 회고록에 나오는 5·18민주화운동의 법적, 역사적 의미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가 5·18단체들의 법인으로서의 명예, 신용,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시했다.
1심은 2018년 9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전두환이 지난해 11월 23일 사망하면서 부인 이순자가 법정 상속인이 됐다. 전두환 측은 이번 2심 판결에도 불복,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전두환은 이와 별개로 회고록에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형사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씨와 검찰은 항소했으나 전씨 사망으로 공소 기각됐다.
/김도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