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건에 관한 고발장을 접수 받은 지 3년 만에 강제 수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으로의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지만 검찰 측은 정권 교체와 관계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최형원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부터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 25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전 관련 부서를 비롯해 기획조정실, 운영지원과, 혁신행정담당관실에서 디지털 자료 등을 압수수색했다.
혁신행정담당관실은 공공기관 인사 담당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로서 이번 고발의 주된 혐의인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등에서 인사 비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려는 과정에서 산업부가 이전 정권이 임명한 인사들을 상대로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원전 부서나 산하 공공기관들에서 검찰이 자료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2019년 1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이인호 전 차관 등 4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혐의로 고발한 내용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인데 3년만에 이뤄진 첫 강제 수사인 만큼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린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산업통상자원부 국장이 아직 임기를 끝마치지 않은 한국전력 산하 발전소 4곳 사장 등에게 사퇴를 종용해 일괄 사표를 내게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특히 검찰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당선인으로의 정권 교체로 인해 강제수사에 운신의 폭이 넓어져 이번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하는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부지검의 산업부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진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명목은 탈원전 정책을 위한 인사 비위 혐의와 관련한 압수수색이지만 칼끝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검찰은 이번 강제수사가 정권 교체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수사 착수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사건 구조가 비슷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는 동안 법리 검토를 거쳐 내린 결과라는 것이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서 사표를 받거나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고,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검사 출신 한 인사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1심에서 유죄가 나서 김은경 전 장관이 법정구속까지 됐던 사건”이라며 “당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도 수사를 해서 기소까지 했어야 한다.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났는데도 수사를 안하면 직무유기인 만큼 늦었지만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 언론사는 전직 동부지검장들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기 위해 수사팀을 압박했다는 내부 증언을 보도했다.
당시 수사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혐의 성립이 안 되는 사건을 왜 아직 무혐의 처분하지 않고 있느냐”는 압박을 윗선으로부터 받았다며 수사 지연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이 같은 언론 보도에 대해 동부지검 관계자는 “기존의 수사 진행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한 걸로 알고 있다”라며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뉴시스